흔히들 대기업에서 임원이 되면 군대에서 스타(장군)’가 된것과 같다는 표현을 쓴다.  승용차가 지급되는 등 대기업 임원이 누리는 혜택은 한둘이 아니다. 반면 책임져야 할 사항 또한 많아지는 고달픈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기기와 인쇄회로기판(PCB) 등의 부품을 제조하는 LG이노텍 에서는 공고 출신 임원을 처음 배출해 화제가 됐다.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사람들끼리 벌이는 경쟁도 만만치 않은데 ,공고 출신이 대졸 출신을 제치고‘스타’가 된 것이다 경기도 오산공장과 충북 청주공장을 책임 지고 있는 유승옥(46)상무가 주인공이다.

“학력 탓하면서 자조해 봤자 본인만 손해를 보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자기복은 자신이 만드는 겁니다.”

그는 대학 졸업장이 없어 회사에서 차별을 느껴 본적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입사 초기 영어가 달려 어학 커트라인 점수를 넘어서기 힘들었을 뿐이란다.

“남들 눈치 안 보고 일에 파묻혀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2~3년 빨리 승진 했습니다. 열심히 했는데 그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경우에도 나 자신이 몰라보게 성장한 내 모습을 느꼈습니다.”

유 상무는 1982년 LG이노텍에 입사한 이후 겨의 대부분을 PCB 생산기술 분야에서 일해 왔다PCB는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으로, 인체에 비유하면 중추신경계와 같다. 생산성 높은 PCB를 만들기 위해 2000년4월 기동에 들어간 청주공장이 유 상무의 '놀이터’였다. 기술총괄로 발령받아 중국에서 생산되는 PCB보다 경쟁력 있는 공장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였다. 공장을 가동한 지 7개월 만에 수익을내기 시작했고, 지금은 매년40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캐시카우’(확실하게 돈 벌이가 되는 상품이나 사업)로 성장시켰다.

“생산현장 출신이다 보니 노조원이나 현장사원과 대화를 나누면서 눈빛으로 공감대를 느낄 수 있습니다. 2013년 7000억원, 2015년 1조원으로 가자고 얘기하면 동감하고 따라 줍니다. 후배들에게 항상 일의 중심에 서라고 얘기합니다. 사장처럼 일의 중심에서 일해야 재미도 더 느낄 수 있고, 의사결정의 실패 확률도 줄어들기 때문이죠. 대신 나를 룰모델(모범이 되는 사람)로 삼는 현장직원들이 많아져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뭔가를 만들어 내는 생산현장이 마음에 들어 당시 인문계보다 커트라인이 높았던 평택기계공고를 선택했다. 입학 후에도 친구들은 손에 기름때 묻히지 않는 설계를 선택했지만 기계 가공에 더 흥미를 느껴 금형을 택했다. 그는 공고를 졸업 하고 LG이노텍에 기능올림픽 선수로 입사했다. 선후배들과 함께 합숙하며 기능올림픽을 준비한 결과 1985년 일본 오사카 올림픽 금형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걸었다. 얼마나 열심히 연습을 했는지 손금과 지문이 없어져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마다 XHLwk를 맞을 정도였다. 금호공대 특례입학이 가능했지만 회사 내 지도교사가 갑작스레 퇴사를 하면서 후배들을 지도할 교사가 필요해지자 결국 유 상무는 발목이 잡히면서 회사에 남고 말았다.

“LG인화원에서 운영하는 경영학석사(MBA) 1년 주말코스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제품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리를 잘 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손익관점에서 현장과 회사를 연결하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강점은 몰입이다. 목표를 정하면 무섭게 몰아붙인다. 그는“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갈고닦아야 하는 엔지니어들과 생활하는 게 즐겁다”며 “최종 목표는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앙일보 3월 21일 월요일 발췌>